초등학교 교육 문제가 있다

 

학생들을 교육하다 보면 가끔 수업 설계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학생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수업을 시작하려 할 때
학생들의 대답들이 이미 내가 하려던 수업의 내용을 알고 있거나
내가 그 시간에 가르치려고 한 지식의 배경에 대하여 이미 학생들이 잘 알고 있을 때이다.

요즘 포천시에서 그리고 세종시에서 두 초등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이 아이들은 정말로 내가 가르치는 것을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이 잘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질문을 하고 아이들이 대답하고,
또 내가 질문하고 아이들이 대답하고....
계속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잘 대답하면 "굿", "빙고"... 그런 말로 잘 맞힌 것에 대하여 기쁨을 표현한다.
사실 교육학자들이 별로 권장하지 않는 방법이긴 하지만.

그 질문의 수준이란 것은 마치 계단의 높이 같아서 다리가 길면 높게, 짧으면 낮게 설정하듯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추어 높이를 조절한다.
그런데 대체로 질문을 과감하게 계단 높이를 높이듯이 해도 대답을 잘 한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면담을 하고 지속적으로 가르칠 것인지 판단을 하기 위하여 잠깐 가르쳐 보면
교사가 가르쳐 주지 않으면 내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떤 때는 "안 가르쳐 주셨잖아요?"하고 되묻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글자로 된 문제에 대하여 답을 쓰는 것에 서툴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시험에 엄청나게 긴장해서 병나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식적인 시험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서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때 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하는 수준에 따라 질문에 대한 힌트를 만들어 던져 주곤 했다.
그리고 대답하는 학생들에 대하여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을 해주거나 방향에 잘 맞는 답을 했다고 평가해주었다.
물론 엉뚱한 대답일 때는 고개를 개우뚱했지만.
(젊었을 때는 잘 들으라고 군기 잡고 가르치느라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영재 판정을 못 받고 수업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특징은
어떤 전제에 대하여 추리하거나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을 질문했을 때 전혀 대답을 못했다.
분명 우수한 머리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듣는 아이들인데도 말이다.
틀려도 좋으니 다양한 답을 말하라고 해도 답을 말하지 못했다.
다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모두 정확하게 잘 답했으며, 정답을 말했다.

지금 내 방에는 초등학교 모든 학년의 국수과 교과서가 있다.
물론 저학년에 없는 교과서는 내게도 없다.
4학년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화산 활동과 지진을 몸으로 표현하기
화산을 스마트 기기 등으로 찾아 관찰해 봅시다.
화산은 마그마가 분출하여 생긴 지형입니다.
현무암과 화강암을 관찰햅 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현무암은 색깔이 어둡고 알갱이의 크기가 작습니다.
화강암은 색깔이 밝고 알갱이의 크기가 큽니다.
현무암은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에서 식어서 만들어지고
화강암은 땅 속 깊은 곳에서 식어서 만들어집니다.

화산이란 무엇일까요?
화산 활동으로 나오는 물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현무암과 화강암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화산 활동은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지진이 발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최근 발생한 지진 피해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리고는 그 질문 밑에 표를 만들어 두었다.
보면 알 수 있듯이 '왜'나 '어떻게'라는 질문보다는 단순하게 질문하여 혹시 아이들이 어려운 내용을 말할까봐 걱정하는 듯한 늬앙스가 풍겨나오는 질문들이다.
위의 질문들은 그 상위 개념의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라면 전혀 배우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질문들이다.
문제는 '나선형 교육과정'에 있다.
나선형 교육과정은 쉬운 것을 반바퀴 돌고 학년이 올라가면 조금 더 확장되고 어려운 내용으로 바뀌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어려운 개념의 새로운 분야가 소개되면서 진행되는 교육 방식이다.

고등학교 동창의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주기율표를 외우고 있다고 들었다.
주기율표는 단순히 외우는 것이 전혀 공부에 도움이 안된다.
그런데도 아이는 그 것을 즐겁게 외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원자를 가르쳐 주었다.
거기에는 핵과 전자가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는 전자는 (-) 전기, 핵은 (+) 전기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잡아당긴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바로 실험으로 들어갔다.
보드마카 뚜껑을 바지에 문지르고 휴지를 좁고 길게 자른 것에 가까이 가져다 대니 잡아당겨서 서로 붙었다.
아이에게 시켜 보니 아이도 똑같이 하고 신기해 한다.
그리고 네이버에서 대전열 그림을 찾아서 프린트하여 주어 설명해주었다.
거기에는 (+)와 (-)가 구분되어 있고, 그 위에 종이, 공기, 비닐 등의 물질 이름이 써있었다.
기껏 가르쳐 준 것은 핵의 양성자보다 전자가 많으면 (-) 핵의 양성자보다 전자가 적으면 (+)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준 말이 "물질들을 서로 비벼서 힘이 센 것은 전자를 가져가고, 약하면 뺏긴다."였다.

그러고 나서 물었다.(필기를 해주지는 않았다.)
종이와 보드마카 뚜껑이 왜 서로 붙었나?
대답이 돌아왔다.
서로 잡아당겨서요.
다시 물었다.
왜 잡아당겼나?
(+)랑 (-)랑 잡아당긴다면서요?
그런데 왜 (+) (-)가 됐나?
서로 문질러서요.
그래서?
전자를 뺏으면 (-) 뺏기면 (+)잖아요.

물론 이 질문과 답은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다른 힌트를 주지 않고 공격적으로 물은 결과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은 몇 %정도 될까?
이 대답을 한 아이는 머리가 특별한 아이다.
가르쳐 주면 바로 그 것을 받아들이는 스펀지 같은 아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1.  2.  3.  ...이렇게 정리해서 써놓고 질문하면 대답할 수 있는 아이들은 늘어난다.
그리고 그 질문들 사이에 몇 가지 힌트를 주면서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는 아이들은 더욱더 늘어난다.

왜 우리는 아이들이 대답을 못할 것이라고 예단할까?
물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질문을 하면 대답을 잘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연관성이 있는 쉬운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토론을 시키면서 물어보면 정답을 말할 확률은 높아진다.
왜냐 하면 집단 지성의 힘으로 서로 남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채우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논리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수업 내용을 논리적으로 질문하고 답할 기회를 별로 주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논리적이지 못한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인터넷의 댓글들을 보면 정말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들은 문해력이 어마어마하게 낮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릴 때 논리를 가르쳐 주지 않고 단순한 질문과 답만 가르쳐 주기 때문에
중학교에 들어가서 논리적인 것을 처음 대하게 되면 어렵게 느껴지고
공부하기 싫어진다.

게다가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그 논리의 복잡성은 짜증이 날 정도로 증가한다.
초등학교에 초등 논리가 도입되어야 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면 5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유관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관순이 서울로 가서 31운동에 참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아우내 장터의 독립 만세 집단 행동을 주도한 이야기이다.
안타깝게도 내용은 매우 긴데, 아주 짧게 5쪽에 걸쳐서 그림을 크게 그려 넣고 쓰다 보니
문장과 문장 사이가 매끄럽지 못하다.
쉽게 표현하자면 문장과 문장 사이가 비약적으로 표현되어 전개가 매우 거칠다.
이전 문장이 다음 문장에서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설명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